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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동물은 어떻게 식습관을 조절할까

KAIST 서성배-서울대 이원재 교수 공동연구팀, 동물이 체내의 필수아미노산 결핍을 ‘감지’한 후 필수아미노산을 선호하는 식성(食性)으로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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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뉴스 선우정 기자
기사입력 2021/05/07 [12:41]

▲ 초파리의 필수아미노산 항상성 유지 기전 모식도 : 음식 또는 장내미생물 유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면, 장 세포의 Gcn2-Atf4와 Tor-Mitf 신호전달에 의해 CNMa 호르몬의 발현이 유도된다. 발현된 CNMa 호르몬은 CNMa 수용체를 자극하여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는 섭식행동을 일으킨다  © 특허뉴스

 

KAIST는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동물이 체내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부족을 감지하는 장 세포와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공동연구팀은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는 장내미생물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 규명했다.

 

동물은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마시고, 혈당량이 떨어지면 당을 찾아 먹는다. 필수 영양소(동물에서 합성되지 못해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가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이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 변화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수분이나 당분뿐만 아니라 단백질도 중요한 영양소이며 20 여종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0개의 아미노산은 우리 몸이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s; 이하 EAA)으로서 음식물이나 장내세균을 통해서만 보충된다. 인체는 EAA의 체내 결핍을 본능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결핍된 EAA를 선호하도록 식성을 바꿔서 EAA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EAA들을 효과적으로 보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EAA 결핍 인지‘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변화 유도라는 두 가지 현상은 인체뿐 아니라 지구상의 대부분 동물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적정량의 EAA 유지가 동물의 생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진화론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이러한 과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생체가 어떻게 체내의 EAA 결핍을 인지하는가?’, ‘인지 후 어떻게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유도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아직 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 최초의 연구 결과다.

 

필수아미노산 항상성은 수분 항상성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알라의 경우 주된 먹이가 되는 나뭇잎의 섬유질을 직접 소화하지 못하고, 장내미생물이 나뭇잎을 분해해 흡수 가능한 영양소를 만들어 내면 이를 흡수한다. 그런데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분해할 수 있는 나뭇잎의 종류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코알라의 식성도 달라진다. 이는 필수아미노산과 같이 미생물을 통해 합성이 가능한 영양소의 경우, 똑같은 종의 동물들이라 해도, 동일한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개체가 보유하고 있는 장내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식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어떤 유전자가 체내 EAA 부족을 감지하는지 찾아내고, 어떤 신호를 통해 부족한 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섭식행동을 조절하는지 규명했으며, EAA을 생산하는 장내미생물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초파리에 다양한 EAA 결핍 상황을 유도해서 (예를 들어서 필수아미노산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장내미생물을 초파리에 도입해 EAA 결핍을 유도) 초파리의 생리학적 변화를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통하여 조사했다. 연구 결과 EAA 결핍 상황이 되면 초파리의 장 호르몬 중 하나인 CNMa 호르몬이 장 상피세포(enterocytes)에서 분비됨을 밝혀냄으로써 상피세포가 EAA를 흡수하면서 결핍 여부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공동연구팀은 CNMa 호르몬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세포 내 아미노산 센서로 잘 알려진 Gcn2Tor 효소들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분비된 CNMa 호르몬은 그 수용체가 발현하는 장 신경세포(enteric neuron)를 활성화해서 뇌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가지도록 유도한다는 사실도 연구팀은 밝혀냈다. 이번 논문은 동물이 어떻게 체내의 EAA 결핍을 인지하는지?’, ‘인지 후 어떻게 EAA를 선호하는 식성을 유도하는지?’를 분자적 수준에서 설명한 최초의 논문으로서 연구진은 여기에 장내세균--뇌 축(microbiome-gut-brain axis)의 상호작용이 작용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 (왼쪽부터) KAIST 김보람 연구원,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  © 특허뉴스

 

1 저자인 KAIST 김보람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장내미생물에서 동물의 장, 그리고 뇌로 이어지는 장내미생물--뇌 축을 통해 아미노산 결핍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초파리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에서도 이런 경로를 통해 장내미생물이 동물의 식성을 조절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장내미생물과 동물의 식습관이 장-뇌 축을 통해 조절된다면, 미생물 섭취라는 방법을 통해 현대인의 불균형한 식습관으로 인한 만성 질병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여 년간 서성배 교수는 탄수화물 영양소를 감지하는 체내의 센서나 센싱 세포를 두뇌나 다른 기관에서 규명했고,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장 세포에서 EAA 결핍을 인지하는 원리를 밝힌 것에 대해 여러 영양소가 미각에 의해 피상적으로 1차 감지되지만 어떻게 체내에서 인지되고 섭식행동을 유도하는 연구는 그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체내의 영양소 센서를 마우스나 복잡한 포유류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기에 유전자 조작이 쉬운 초파리를 이용해 영양소 센서를 초파리에서 규명한 후에 쥐나 인간에서 그의 대응체를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 영양소 센서는 모든 개체에 중요하고 진화적으로도 보존돼 있을 것 같아 초파리에서 밝힌 센서들이 포유류에게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된다. 영양소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같은 거대영양소뿐 아니라 비타민, 아연, 소금 등 소량영양소가 존재하는데 그 센서들을 규명하고 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 관련 연구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이원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장내세균에서 동물의 장, 그리고 뇌로 이어지는 장내세균--뇌 축을 통해 EAA 결핍을 인지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EAA를 선호하는 식성으로 생리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처음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사람에 존재하는 유사한 경로를 발견하는데 초석이 되는 연구다. EAA 결핍 인지 시스템의 장애는 비정상적인 섭식행동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비만 및 당뇨와 같은 중요한 대사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EAA 결핍인지 시스템 및 관련된 섭식행동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비만-당뇨와 같은 중요한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보람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하고 KAIST 서성배 교수, 서울대학교 이원재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55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Response of the Drosophila microbiome-gut-brain axis to amino acid defic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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